청소년추천도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서평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저자 이꽃님/ 출판 문학동네
‘어쩌면 우린 너무 많은 기적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사는 지도 모르겠어.’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이 책을 우연히 만난 것도 어쩌면 나에게 기적과 같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하루하루 똑같은 일상의 반복에 지쳐 여유를 찾고 싶다고 생각할 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편지 형식으로 글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이 신기했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이어진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있었을 때 나는 울고 있었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은유가 등장한다. 1982년을 살아가는 은유와 2016년을 살고 있는 은유가 느리게 가는 편지를 통해 편지를 서로 주고받게 된다. 몇 해 전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시그널> 덕택에 이 모티브가 낯설지 않았다. 다만 편지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리고 과거의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고 현재의 시간은 천천히 지나간다는 설정이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과거의 은유는 초등 아니 국민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교에 다니게 되고 현재의 은유는 15살의 중2병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으며 살고 있다. 둘은 믿기지 않은 상황 속에서 믿을 수 없는 시간을 공유하고 서로 고민거리를 털어놓으며 그렇게 가깝게 다가갔다.
과거를 살고 있는 은유의 노력으로 현재를 살고 있는 은유는 아빠를 이해하고 조금씩 아빠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가 그토록 보고싶고 궁금해했던 엄마였다는 반전이 드러나게 된다.
결국 엄마가 보고싶고 너무도 궁금했던 15살의 은유는 엄마의 국민학교 시절부터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켜봤던 셈이고 그 어느 누구보다도 엄마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언니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 편지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일까.’
과거의 은유는 뱃속에 은유를 품고 은유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온 몸에 암이 퍼져 생명이 위험한데도 뱃속 은유를 포기할 수 없었고 은유가 태어난 날 은유를 떠나게 되었다.
어쩌면 매일의 기적을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세 아이와 함께 하는 지금의 하루가 어쩌면 기적인 데도 그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아이이기 때문에 엄마를 찾고 엄마가 해주어야 하는 것들이 많음에도 그것을 버거워하지는 않았는지. 은유를 통해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하루하루의 삶이 기적임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한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무뎌질 때쯤 또 이 책을 읽어볼 것이다.
‘너와 내가 사는 세계의 시간들이, 그 모든 순간들이 모여, 힘껏 너와 나를 이어주고 있었다’
과거의 은유와 동시대를 살았던 나는 과거를 돌아보며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학력고사 시대를 겪지는 않았지만 1999년이 지나 2000년이 시작될 때의 그 시작은 아직도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끝날 것 같은 코로나가 끝나지 않고 있다. 하루하루 지쳐 의욕조차 나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처럼 매 순간순간이 얼마나 기적인지 다시 한번 꼭 느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