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책서평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달콤한카페라떼 2020. 8. 13. 05:10

도서관에 아이책을 빌리기 위해 들렸다가 익숙한 제목의 책이 신간코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20살 풋내기 대학생이었을 때 읽었던 책. '여전히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구나. ' 다시금 읽고 싶어져서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양귀자 작가님의 문필력에 감탄하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한 젊은 여자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남자 배우를 납치한 이야기라는 것으로 이 책의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강민주와 황남기. 그리고 백승하.
물질적인 것을 부족함 없이 가진 강민주.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때문인지 남성에 대한 꽤 불편한 시각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온 여성이다. 평생이라고 해봤자 20대 후반의 나이. 꽤나 이성적이고 지적인 여성이다. 조폭 출신이지만 강민주에게 맹목적으로 현신하고 사랑하는 황남기. 어쩌면 현실에서 볼 수없는 맹목적인 사랑을 그가 보여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강민주 역시 그의 사랑을 알고는 있지만 주종관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며 그를 다루는 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당대 스타 백승하. 그의 죄목은 여자들을 교란한 죄였다. 여자들로 하여금 남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게 한 죄, 자신이 택한 남자가 나빴던 것은 자신의 숙명이라고 여기며 여자들을 운명주의에 빠뜨린 죄라는 명목으로 강민주는 그를 납치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다. 하지만 그와 대화할 수록 강민주는 그에게 빠져들었다. 물론 평범한 남녀의 사랑이 될 수는 없었다. 강민주의 남성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것은 백승하의 대단한 매력이었다.
강민주와 백승하는 연극 연습에 빠져들게 된다. 연극 연습을 하면서 강민주는 자신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백승하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그녀를 더 사랑했던 황남기는 더 큰 비극을 그녀가 경험하기 전 그녀를 자기 손으로 죽여버린다. 작가의 디테일한 작품묘사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처럼 짜릿했다. 그리고 내 안에 많은 여운을 남겼다. 소설이라는 것의 재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양귀자 소설에 당분간 또 빠져들 것 같은 예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