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장편소설
봉순이 언니
푸른숲
나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한다.
시대적인 것에 관한 것은 배제하고 그녀의 소설이 좋다. 따뜻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한 그녀의 문체와 글이 좋다. 그래서 한 때 '그녀의 소설을 모두 섭렵하리라'라고 마음 먹고 한 달동안 그녀의 소설만 본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져 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게구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형벌처럼 내 마음 깊숙히 새겨진 단어 하나.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수첩에 약속시간을 적듯이 구체적인 것이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구차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나는 그저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비록 너무나 짧은 엎드림으로부터 나온 상투적인 결론이라 해도,
나는 이 붓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면서, 고이는 내 사랑들을 활자에 담으리라. 가슴이 아플까 봐 서둘러 외면했던 세상의 굶주림과 폭력들과 아이들을 이제는 오래 응시하면서,
-<작가 후기>중에서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가난하지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경제개발에 따른 부를 축적해서 부를 누렸다. 피아노를 배우고 서구식 식사를 하고 교복을 입고 과외를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시대에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식모살이를 해서 견뎌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보면 지금 살아가는 시대도 물론 그때보다는 시대가 나아졌다고는 하나, 분명 차별이 있고 격차가 있는 시대인 것 같다.
봉순이 언니는 어쩌면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굉장히 조숙하고 영악한 화자다.
천연덕스럽게 담배를 태우고 한글을 떼서 그나이가 볼 수 없는, 보면 안되는 책을 읽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내보인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 시선으로 바라본 봉순이 언니의 모습과 실상을...
봉순이 언니
푸른숲
나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한다.
시대적인 것에 관한 것은 배제하고 그녀의 소설이 좋다. 따뜻하기도 하고 섬세하기도 한 그녀의 문체와 글이 좋다. 그래서 한 때 '그녀의 소설을 모두 섭렵하리라'라고 마음 먹고 한 달동안 그녀의 소설만 본 적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대에 절망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허망해져 버리기는 또 얼마나 쉬운가.
한때는 나도 허무의 뭉게구름 엷게 흩뜨리며 우아하게 도피하고도 싶었다.
그러나 형벌처럼 내 마음 깊숙히 새겨진 단어 하나.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간 귀찮음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희망은 수첩에 약속시간을 적듯이 구체적인 것이고,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것처럼 구차하기까지 한 것이지만, 나는 그저 이 길을 걷기로 했다.
비록 너무나 짧은 엎드림으로부터 나온 상투적인 결론이라 해도,
나는 이 붓을 멈추지는 않으리라. 나 자신을 믿고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하면서, 고이는 내 사랑들을 활자에 담으리라. 가슴이 아플까 봐 서둘러 외면했던 세상의 굶주림과 폭력들과 아이들을 이제는 오래 응시하면서,
-<작가 후기>중에서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가난하지않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경제개발에 따른 부를 축적해서 부를 누렸다. 피아노를 배우고 서구식 식사를 하고 교복을 입고 과외를 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시대에서 가난을 면치 못하고 식모살이를 해서 견뎌야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보면 지금 살아가는 시대도 물론 그때보다는 시대가 나아졌다고는 하나, 분명 차별이 있고 격차가 있는 시대인 것 같다.
봉순이 언니는 어쩌면 그 시대를 대변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굉장히 조숙하고 영악한 화자다.
천연덕스럽게 담배를 태우고 한글을 떼서 그나이가 볼 수 없는, 보면 안되는 책을 읽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내보인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 시선으로 바라본 봉순이 언니의 모습과 실상을...
봉순이는 의붓아버지에게서 도망쳤고, 교회 집사네 집에서 도망쳤으며, 세탁소 총각과 눈이 맞아 도망쳐고, 그 다음엔 떠돌이 목소와, 그리고 또 개장수...
하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다. 봉순이 언니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한국사 강의를 하시는 최태성 선생님이 강의 중 자주 하시는 말씀이 떠오른다.
"역사에 무임승차하지 말자.."
분명 한 시대를 대변하고 있고 그 시대를 말하고 있는 소설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2019년을 사는 우리의 모습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그 시대 속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
20대 때 읽었던 봉순이 언니와 30대 중반을 넘어서 읽은 봉순이 언니는 너무도 다르게 읽혔다.